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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개발 이야기

제니퍼소프트, 개발자는 매뉴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by 제니퍼소프트 2008. 11. 20.

부제: 제니퍼소프트의 네버엔딩 매뉴얼 스토리

 


SW개발자와 아키텍트로 일하면서 주로 소스코드에 대해서만 얘기해왔는데, 이번에는 색다르면서도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매뉴얼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SW매뉴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SW산업 현실에서 매뉴얼 얘기를 꺼낸다는 것이 좀 엉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개발만 잘하면 됐지, 매뉴얼은  대충 하면 되지...'  이런 마인드였더랬습니다.

 

그런데 벤처기업에 와서 SW를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보니 매뉴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몸으로 겪어보니 매뉴얼이란 것이 SW에 그냥 붙어 다니는 그냥 있기만 하면 되는 존재는 아니었던거죠. 지금은 '매뉴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라는 다소 거창한 주장까지 하고 싶어집니다.

 

가끔 다른 개발자들과 매뉴얼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매뉴얼에도 급이 있고, 개발자는 매뉴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한때나마 매뉴얼을 가볍게 봤던 저는 이제 매뉴얼의 존재감을 진하게 느끼는 매뉴얼에 나름 애착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 있습니다.

 


제니퍼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우리회사 매뉴얼 사실 별볼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한국형(?) 매뉴얼이었던거죠..(그렇다고 한국의 매뉴얼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한국 매뉴얼의 현실을 가급적 똑바로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

 

50페이지짜리를 들고 다녔는데 '매뉴얼이란 그냥 있으면 되는 것'이란 말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매뉴얼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키우고 해외 시장 공략까지 고민하다 보니 50페이지짜리 매뉴얼은 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매뉴얼이 앞길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이때 처음 들었습니다. 어설픈 매뉴얼로는 해외시장을 파고들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제니퍼3.2를 내놓을 때는 매뉴얼 페이지도 300쪽까지 확~ 늘렸습니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그래도 빈틈이 많은 매뉴얼이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읽기가 좀 불편했었거든요. 만든 사람만 이해하는 매뉴얼이 매뉴얼로 불리우면 안되겠지요.

 

 

제니퍼가 이번에 제니퍼4.0을 내놓으면서 매뉴얼에 보다 많은 공을 들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만들기 전부터 실제로 활용 가능한 매뉴얼을 제작해보자고 고민했습니다.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매뉴얼 이야기는 보통 잘 안 하는데, 4.0은 달랐습니다.

 



오늘은 좀 제니퍼소프트의 매뉴얼 얘기 좀 풀어 보겠습니다.

 

제니퍼4.0 매뉴얼은 분량만 500페이지입니다. 양만 무턱대고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구성도 이전보다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어떤 챕터에 가면 어떤 내용이 있을 거란 상상이 들 정도로 꾸며봤습니다.

적지 않은 품이 들었고 꽤 고단한 작업이었습니다.

인텍스에도 공을 들였고요.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고객 지향적인 매뉴얼에 한걸음더(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까요우리는 딱 3개월 걸렸습니다.




매뉴얼 하나 만드는데
3개이라..... ^^;                                                                        

 

벤처 기업 입장에서 꽤 긴 시간입니다. 기획과 설계 등을 빼고 제품 개발에 집중한 시간이 3개월이니 매뉴얼 제작은 코드개발과 맞먹는 작업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제니퍼4.0 매뉴얼은 줄여서 500페이지입니다. 활용 부분까지 넣었다면 200페이지 정도는 추가 됐을 겁니다.

 

다시 매뉴얼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뉴얼은 사실 그리 존재감이 없습니다. 고객들에게 직접 설치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들 사이에서도 매뉴얼이 많이 활용되지는 않습니다. 단순 활용 수준입니다.


그러나 외국은 다릅니다. 매뉴얼, 정말이지 중요합니다. 미국은 특히 그렇습니다. 지리적인 특성이 반영됐을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동부와 서부를 왔다갔다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움직이면 다 돈이죠. 많은 고객들이 매뉴얼 보고 하다하다 안되면 업체에 해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제품 구입 전에 매뉴얼을 갖고 검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매뉴얼은 그냥 있으면 되는 매뉴얼이 아닙니다. 존재감이 큽니다.

 

일본은 미국과 우리나라 중간 정도인 듯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매뉴얼 어디에 있다고 하면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매뉴얼이 마치 계약서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결국 이런 얘기입니다.

SW
를 갖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매뉴얼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의 매뉴얼로는 외국에서 승부를 걸기 어렵습니다. 개발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무대에서도 매뉴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매뉴얼은 코딩이 바뀔 때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버전업하면 매뉴얼도 다시 내놔야 합니다. 외국 제품들의 릴리즈 타임이 오래 걸리는데 잘 이해가 안됐었는데, 매뉴얼을 직접 써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매뉴얼은 SW에서 단순 부속품이 아니라 제품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매뉴얼과 그저 그런 매뉴얼이 같은 대접을 받을 때면 솔직히 아쉬워집니다. 좋은 매뉴얼은 그 나름의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매뉴얼에 대한 낮은 인식이 한국 SW산업의 어려운 현실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오버일까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김중혁씨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 읽어보셨나요?

 

거기에 실린 매뉴얼 제너레이션이란 단편을 보면 매뉴얼에 대한 인상적인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매뉴얼을 제작하는 주인공이 고객으로부터 음악 플레이어 매뉴얼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그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지구촌 플레이어를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은 지구를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과 똑같습니다.
첫째, 분해하지 마십시오.  
둘째 고온의 장소에 부관하지 마십시오.
셋째,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지구를 만들어낸 하나님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를 함부로 집어 던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구를 어린아이들 손 닿는 곳에 놓아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분명 지구를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역시 소설이라 그런지 색다르죠? 개인적으론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뉴얼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수필처럼 다가오는 것이... 저에게 의미 있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두서 없는 매뉴얼이야기는 이쯤 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도 SW매뉴얼에 대한 토양이 자라나기를 믿으면서...

 

추신: 어느덧 가을의 자락입니다. 아니 겨울의 문턱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지난 여름,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수고해준 모든 이들이 하나 둘 스쳐지나 갑니다.  제니퍼 매뉴얼 작업은 늘 계속되는(?) 네버엔딩스토리입니다제니퍼의 이야기 또한 변함없이 지속되길 희망해봅니다. 끝나지 않을 작업을 함께 해 줄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니퍼4.0 및 매뉴얼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애정 어린 시각으로 제니퍼소프트와 제니퍼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주고 있는 고객 담당자와 불철주야 기술지원에 매진하고 있는 제니퍼소프트 협력사 엔지니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